1원 벌기

찰칵.

순댓국 2023. 11. 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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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모두가 집에서 안나오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집을 나서는 길, 지하철을 타는 역사 내에는 조용한 적막만 흐른다.

이윽고 도착한 지하철 내에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이고 앉아가는 것이 조금 낯설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앉아간다.

평일과 같이 게임이나 한판 하면서 시간이 더 빨리가길 바랄까 싶다가도 5일의 피로와 주위에 적막을 깨기 싫어 그 속에 나도 묻혀

잠깐 졸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깨어 환승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탔다.

비어있는 한 자리가 있었지만 어느 분께서 2자리 모두 애매하게 차지하고 계셔서 앉을 수가 없었다. 노려본다. 내 눈에서는 레이져가 나오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내가 졌다.

잠에서는 덜 깨었고 다리는 아프고 가방은 무거워서 속으로 투덜투덜 불평하고 나아가는 사이. 지하철은 마곡나루에서 디지털 미디어시디로 가고 있었다.

객차의 끝에 기대어 잠시 멍하니 있으니 유리창을 뚫고 따뜻한 햇살이 후다닥 뛰어들었다.

나랑 같이 가고 싶었나!? 나도 밖을 쳐다보니 한강을 지나가고. 지하철을 뚫고 들어왔던 햇살은 다시 한강을 반짝이고 있었다.

분명히 밖은 춥겠지만 반짝이는 한강과 구름  한 점 없는 아침 하늘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강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마치 강을 쳐다보니 어릴 적 깡깡얼은 강 위에서 썰매타던 시절이 생각났다.

추워도 좋았고 핸드폰이 없어도 좋았던 그 시절.

 

평일 같으면 가득찼을 사람들과 피곤함이 뒤섞여 밖을 쳐다보거나 할 수도 없고 사람들의 체온과 입김과 히터의 열로 이미 창문은 뿌옇게 밖을 내다보는 것은 사치라도 되듯 앞만보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평일의 끝에 주말의 하루.

 내뒤에서 갑자기 '찰칵'  카메라 셔텨음 소리가 들려왔다. 

출근이라도 하는걸까? 잘 차려입으신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갤럭시 폴드를 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찰칵 소리가 나지 않던 곳에서 찰칵 소리가 나는 곳으로 왔더니 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인듯 그 분을 쳐다보게 되었다.

 

 

아마도 우리들 부모님처럼 가족들에게 보내주고 오늘 날씨 너무 좋다 라고 하거나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보내며 좋은 하루 보내라고 덕담 나누듯 찍은 사진을 보내지 않을까!?

사진을 찍고 환하게 웃고 계시던 아버지의 얼굴을 몰래 슬며시 쳐다보니

괜시래 앉지못해 짜증냈던 것을 후회한다.

아마도 앉았더라면 나는 눈을 감고 졸고 있었을 것이고 반짝이는 한강과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토요일의 아침 하늘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찰칵하는 소리는 마치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운행 소음처럼 무시했을 것이고, 그 사진을 보며 미소 지으던 분의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 찰칵 소리가 나지않게 무음모드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많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무엇이 맞든, 나에게 오히려 낯설었던 것이 뜻하지않게 행복으로 시작하게 해준 하루였다.

그러고보니 과거에 필름 카메라,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찍히던 그 때의 시절과 셔터음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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